2019년 '넷 크레디트(Netcredit)'은 조금 다른 의미에 세계지도를 발표했죠. 글로벌 금융 서비스 회사인 넷 크레디트는 인구 조사 데이터를 기반으로 국가별로 가장 흔한 성이 무엇인지를 지도로 만들어 발표했습니다. 이 지도에 의하면 남과 북을 합쳐 한반도에서 가장 많은 성씨는 김 씨라고 하죠. 실제로 2015년 통계청 인구주택 총조사 결과를 보면 대한민국에서 김 씨 성을 가진 사람은 전체 인구의 21.5%에 달할 정도로 대한민국 인구 전체에서 5명 중 1명은 김 씨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지도를 보면 이상한점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우즈베키스탄과 카자흐스탄 역시 김 씨 성이 제일 많다는 사실인데요. 한국에서 5000km가 넘는 거리에 있는 중앙아시아의 우즈베키스탄과 카자흐스탄은 전혀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데 어떻게 이 두나라는 한국과 더불어 김 씨 성이 많은 나라가 되었을까요?


실제로 우즈베키스탄에서 김 씨 성을 가진 인구는 41만 5천여 명 정도라고 하는데요. 여기에 한국에서도 아주 익숙한 이 씨(14만), 박 씨(13만 4천)도 적지 않은 인구를 갖고 있죠. 우즈베키스탄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카자흐스탄도 김 씨가 가장 흔한 성으로 23만여 명 정도 거주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중앙아시아의 우즈베키스탄과 카자흐스탄에서 한국 성씨를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건 바로 일제강점기를 지낸 아픈 역사 때문이라고 하죠. 조선 말기 삼정의 문란과 일제의 억압을  받던 조선인들은 당시 연해주로 이주를 하였습니다. 그리고 스스로 고려인으로 칭했죠. 연해주 이주 당시만 해도 소련은 조선에서 건너온 이주민들에게 나름 관대했습니다. 하지만 러일 전쟁에서 패배한 러시아에게 일본이 조선인들을 배척하는 법을 제정하도록 요구하면서 조선인들이 거주한 농장은 몰수되고 노동자는 해고되는 듯 시련이 시작되었죠.

 

그리고 1937년 11월 새벽 소련은 일본 간첩이 극동지방까지 침투하는 것을 막기 위해 당시 극동 국경 지역에 거주하고 있던 고려인들을 강제로 우즈 베스탄, 카자흐스탄, 아랄해, 발하쉬 등으로 강제 이주를 시켰습니다. 그렇게 당시 총 17만여 명의 한인들을 화물열차에 실려 강주 이주를 당했죠. 안타깝게도 이 과정에 많은 사람들이 목숨도 잃었다고 하는데요. 강제 이주당한 고려인들은 시간이 흐르면서 소련의 소수민족문화 말살 정책 등으로 현지 사회에 동화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소련이 해체되면서 사라졌던 민족 정체성이 다시 꿈틀거리기 시작했고 1992년 우즈베키스탄과 수교를 하면서 소수민족으로 차별과 억압을 받던 고려인들이 모국에 대한 그리움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한류문화 등으로 인해 최근 고려인 3~4세대들은 한국어를 전혀 구사하지 못하지만 자신들의 뿌리가 한국이란 사실에 자부심을 갖게 되었다고 하는데요. 한국과는 인연이 없을 거 같았던 중앙아시아의 두 나라에 김 씨 성이 많은 이유는 결국 아픈 역사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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